2023. 4. 20. 10:05ㆍ카테고리 없음
[ 아일랜드워홀, 인연 ]
드디어 영준이 형을 만났다. 우린 올해 2월 처음으로 아일랜드 대사관에서 주최한 워킹홀리데이 설명회에서 알게 됐다. 많은 사람 중 이상하게 영준이 형이 끌렸고 20분의 짧은 시간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그때 내가 본 영준이 형의 첫인상은 노랑머리에 어렸을 적 껌 좀 씹어본 느낌이었다. 밝은 성격에 끌렸던 것 같다. 다음 달 바로 아일랜드에 간다면서 먼저 갔지만, 꾸준히 연락했다. 인연이 운명인지 재병이형이 만든 '하얀 손' 팬클럽에서 만나게 되었고 우리의 관계는 단체에 소속되어 더 깊어졌다.


그리고 오늘 아일랜드에서 감격의 재회를 했다. 오랜만에 봤지만 6살이나 많은 형과 함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 같아서 좋았다.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점심을 먹고 한, 일식 레스토랑 'Ukiyo Bar'에 CV(이력서)를 낸 뒤 세계 100대 카페 중 25위에 선정된 더블린 3FE(3rd floor espresso)카페에 갔다.

내가 유일하게 원두를 골라서 에스프레소로 커피를 주문해 마시는 곳. 3FE원두를 다른 곳에 납품하는 이곳은 커피 성애자라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 원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우린 블로그를 검색해가며 결국, 나는 라떼를 시켰고 형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커피가 우리의 만남보다 중요하지 않기에 카페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고 돈독해지는 관계가 됐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사랑하면서 사는 형은 어떤 사람도 평가받고 평가할 수 없다며 누구든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형이 끌렸던 이유는 아마도 형이 생각하는 가치관인 것 같다.
--------------------- 형과의 대화는 가슴에 담고 싶다. --------------------
아쉬운 마음에 카페에서 나와 노상하기로 했다. 기네스 맥주를 들고 마실 곳을 찾던 중 형이 다니는 교회 계단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술을 기울였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것을 하는 건 자체만으로 행복하다. 깊은 대화 후 형이 나를 생각해주는 진실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옆에 '기용주'라는 존재만으로 나를 생각해주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해주는 형이었다.
나는 '인복'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변에 나를 응원해주는 '좋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돼주지 못해서 항상 미안하다. 내가 보답하는 길은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형은 내게 돈보다 나를 좋아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