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더블린 홈스테이 끝]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D+28
2016.10.24~2017.10.24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D+28
[아일랜드워홀, 더블린 홈스테이 끝]
아일랜드에서 홈스테이하는 경우 대부분 더블린 외곽지역에서 한다. 우리 집은 더블린 18. 시내까지 버스로 1시간이나 걸릴 만큼 멀다. 무엇보다 학원까지 왔다 갔다 하는데 힘들었다. 아일랜드 초기 정착 시에는 집 보러 다니고 일자리 구하러 다니는데 모두 시티센터에서 해야 했다. 늦게까지 하는 도서관도 이곳에 있고 사람들과 만나는데도 막차가 끊기기 전 일찍 들어와야 했다. 특히, 매일 저녁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그 시간에 밥을 못 먹게 되면 남겨달라고 하거나 안 먹는다고 말해야 한다. 남겨달라고 할 경우 한두 번이면 괜찮겠는데 자주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먹는다고 하는 편이 서로에게 낫다. 결국, 밥을 안 먹으면 내가 낸 돈의 저녁 식사가 날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저녁에 술을 먹거나 밥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이사하면 이런 불편함이 없겠지만, 홈스테이 생활이 그리워질 것 같다.

아일랜드에 처음 오는 유학생들의 대부분은 초기 현지 정착과 적응을 위해 안전한 홈스테이 생활로 시작한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을 보면 홈스테이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홈스테이는 비싼 가격대비 가난한 유학생들에겐 오래 머물기에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대부분 외곽지역에 있으므로 교통비가 들기도 한다. 정착 초기에는 이사할 곳을 찾으러 다니느라 바쁘다. 일자리까지 구하는 유학생들이라면 집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 수도 있다. 집에 오면 다시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폭풍검색을 해야 한다. 그러한 이유로 집에 오면 가족들과 즐기지 못하고 녹초가 돼버린다.

나 또한 그랬기에 아일랜드의 첫 홈스테이가 아쉽기만 하다. 살면서 현지 가정에서 생활하며 문화를 배울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아들처럼 딸처럼 홈 맘과 스스럼없이 지낸다면 아마 만족스러운 홈스테이를 보낼 것이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넉살스럽게 홈 맘에게 다가가지 못했고 개인적인 것들에 몰두하다 보니 유대관계가 깊지 못했다. 그래서 더 아쉽다.
나는 이곳에서 3주간의 홈스테이가 오늘로 끝이다. 내일이면 시티센터 쪽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다. 그동안 이곳에서 홈 맘과 같이 밥 먹고 이야기 나눈 것들이 이제는 모두 추억으로 남겨질 생각에 아쉽다. 쫓겨났던 집에서 1주 있다가 이곳에서 3주. 4주 동안 지낸 홈스테이에서 내가 느낀 것들은 이렇다.
혹여 아일랜드에 홈스테이로 온다면 앞으로 언제 할지 모르는 홈스테이를 즐겼으면 한다. 최대한 집에 있으면서 가족들과 시간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가끔 같이 장 보러도 가고 TV도 보며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홈 맘도 좋아할 것이다. 집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아일랜드 사람들은 저녁 시간에 집에 있다. 내가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가족들도 나를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대화하려고 한다면 가족들도 좋아할 것이다. 분명 처음엔 어렵다. 그런데 어쩌겠냐 내 돈 내고 영어 배우러 이곳까지 왔는데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이 사람들이 굳이 다가올 이유가 없다. 이 사람들이 나를 돈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게 만들어야 한다.
홈스테이마다 집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대부분 공통으로 지켜야 할 규칙은 샤워시간이다.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샤워시간이 길다. 최소 10분. 뜨거운 물에 몸을 녹이면 계속 있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서는 전기로 샤워를 하므로 비싼 전기세 때문인지 10분 이상 샤워를 못 하게 하는 홈스테이 규칙이 있다.
이 사람들도 사람이다. 내가 홈스테이에서 살아야 한다면 최대한 이 집의 규칙에 맞게 나를 변화시켜야 한다. 한국에서의 나를 잊어라. 편식했다면 이곳에서만큼은 맛있게 음식을 먹고 최대한 웃으며 리액션을 해라. 그러면 떡이라도 하나 더 준다. 가끔 한국의 군대와 정치, 역사에 관해서 물어보는 가족들이 있다. 괜히 대답한다고 수습하지 못할 답변보다 모른다고 하는게 낫다. 굳이 알려주고 싶다면 정확한 지식과 정보전달로 궁금한 점에 대답하는 게 낫다. 혹여 외국에 온 것이 신기하다고 집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면 무조건 물어보고 올려라. 처음 홈스테이 올 때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사오는 것도 좋다. 그리고 홈스테이가 끝날 때도 잘 마무리해라. 이사할 때 데려다줄 수도 있다. 좋다면 선물을 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분명 홈스테이는 내 돈 내고 살지만 남의 집에서 살기 때문에 편하지만은 않다. 남의 집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는 살아보면 알 것이다. 오히려 홈스테이 가족들도 외국인이 자기 집에서 산다는 것에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사는 거 서로 불편한 것보다 즐긴다면 잊지 못할 홈스테이 생활이 될 것이다.

나는 오늘 홈 맘에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작은 선인장을 선물했다. 기뻐하는 홈 맘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이제 정들었던 내 방. 타던 버스. 주변에 있는 집과 모든 것들이 안녕이다. 일본에 살았던 홈 맘이 보고 싶고 아일랜드 홈 맘이 그리워질 것이다. 항상 헤어짐은 아쉽다.

하루 지출
홈스테이 선물 3유로
총 지출 3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