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D+19
2016.10.24~2017.10.24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D+19
[아일랜드워홀, 코피]
어린 시절 지긋지긋하게 나를 괴롭혔던 것이 있다. 바로 '코피' 한번 코피가 나면 '쌍코피'는 기본이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목욕탕에서 세숫대야를 가져와 고개를 숙이고 한 바가지 이상은 받았던 기억이 난다. 코피가 날 때는 고개를 숙인 채 엄지와 검지를 콧등에 갖다 댄다. 그리고 5분간 지그시 누르고 있으면 멈춘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나는 그것보다는 그냥 누워있으면 저절로 멈추는 고전적인 방식이 편했다. 물론 코피가 났을 때 고개를 뒤로 젖히는 행동은 좋지 않다. 피가 기도를 통해 넘어갈 경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내겐 코피가 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학생 때 싸웠던 적이 있는데, 코를 맞아서 콧속의 뼈가 휜 이유가 가장 크다고 했다. 지속해서 일정 부위에 공기가 닿아 그 부분의 혈관이 약해졌기 때문. 혈관이 약해지면 코피가 더욱 쉽게 날 수 있다. 어머니께서 항상 한약방에 가서 코피 예방에 좋은 약을 달여와 먹였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부터 추운 겨울 코피와 콧물을 구분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직감적으로 코피가 날 것 같으면 바로 고개를 젖히고 휴지로 콧구멍을 막았다. 친구들은 갑자기 코피가 난다는 말에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다. 내 예상은 90%였다. 코를 세게 푼 것도 아니고 코에 외부충격을 받은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생각하기엔 이유 없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고질적인 코피 덕분에 집에 가습기도 틀어놓고 건조한 공기를 습하게 만든 경우도 허다하다. 가끔은 코 풀기가 무서운 적도 많다. 강약조절을 잘하지 못하면 코피가 났기 때문이다. 웃기면서 슬픈 얘기지만 콧구멍이 남들보다 커서 코피의 양도 많았다.
성인이 되고 코뼈 수술을 한 이후부터 코피가 잘 안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코피'라는 존재를 잊고 살았었다. 하지만 일본에 있는 동안 또다시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랜 시간 잠을 자지 못한 피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린 시절만큼 많은 양의 코피가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코피가 나도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아일랜드에서 오늘 처음으로 코피가 났다. 처음엔 콧물인 줄 알았지만 코피였다. 다행히 가벼운 코피였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하루 지출
커피 1유로
한성마켓 비빔밥 5.9유로
콜라 1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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