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더블린, 일을 구하다]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 D+7

노마드한청춘 2023. 4. 21. 15:20

[ 일을 구하다 ]

오늘은 '트라이얼'을 하기로 한 날이다. 오전 10시까지 출근하기로 해서 1시간 일찍 집에서 나왔다. 3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오늘은 마라톤 하는 날이라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일하는 곳까지 걸어서 1시간 30분이나 되는 거리를 가려면 이미 늦었다. 어쩔 수 없이 비싼 택시를 탈 생각에 하염없이 기다렸다. 택시도 오지 않았다. 히치하이킹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손을 흔들었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다. 하필이면 오늘 마라톤을 하다니 원망스러웠다. "이런 젠장" 속으로 온갖 욕이 나왔다. 그래도 일단 뛰었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택시를 잡았다. 빨리 좀 가고 싶은데 택시 기사는 구글맵 방향과는 달리 뺑 돌고 있었다. 마라톤 때문에 일부 구간을 통제해서 그렇다곤 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돌아갈 생각인지. 엎친 데 덮친 격 가는 길 경찰의 검문이 있었고 미터기는 4.2유로에서 20유로를 넘어갔다. 결국, 도시 중심지까지 못 들어가고 외곽지역에서 내려줬다. 요금은 25유로. 내가 불쌍했는지 택시기사는 20유로만 받았다. '이런 망할. 매일 생활비를 아껴가며 썼는데 택시 한번 타니 20유로가 넘다니.'

택시비가 23.20유로가 넘어간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여기서 가게까지 1.5km. 현재시간 오전 9시 50분. 10분 안에 1.5km 가야 한다. 진짜 미친 듯이 뛰었다. 양손과 두 다리를 힘차게 내뻗었다. 마음은 이미 우사인 볼트였다. '마라톤 때문에 정작 내가 마라톤을 하다니.'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도착했지만 10시 5분이었다. 어디를 가든 시간약속이 기본인데 첫날부터 5분 늦다니 망연자실이었다. 다행히 총주방장님은 안 계셨고 아르바이트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1살 어린 동생인데 고맙게도 편하게 대해줬다.

본격적으로 트라이얼을 시작했다. 우선 매주 일요일 대청소하는 방법을 배웠다. 기름 갈고 불판 닦기. 냉장고 정리. 쓰레기 비우기. 환풍기 닦기. 바닥청소를 하고 나니 오후 1시가 되었다. 내가 지원한 키친포터가 할 일은 주방의 모든 잡일이다. 기본적인 설거지부터 쉐프가 필요한 재료를 말하면 창고에서 가져오면 된다. 한가한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설거지는 끝이 없었다. 일본에서 일한 경험도 있기에 예상은 하고 왔지만 쉴 틈이 없었다.

불판 닦기 시작.

트라이얼은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데 오늘 청소에 이어 설거지까지 트라이얼을 시켰다. 오후 6시가 돼서야 저녁을 먹고 창고에서 야채를 썰었다. 총주방장님은 내가 괜찮았는지 앞으로 일을 나오라며 화요일에 스케줄을 알려준다고 했다.

환풍기 닦는게 가장 힘들다. 하나 닦는데 30분 걸린다.

아일랜드에 온 지 7일째 다사다난했던 첫 직장을 구했다. 시급은 최저 임금 9.15유로. 이제 당장 생활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트라이얼이 모두 끝나고 먹은 저녁밥. 밥은 잘 주니 다행이다. ​

하루 지출

택시비 20유로

아시안 마켓 신라면 5개 3.15유로

총 23.15유로